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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hee Baek
잘 지내셨나요?
Hwanhee Jun

SH
어떻게 지내셨나요?
HH
코로나 때문에 그냥 집에만 있었어요.
SH
그러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HH
안녕하세요 도쿄에 살고 있는 전환희입니다. 지금은 일본에 있는 패션 매거진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그 회사의 4개 브랜드에서 전부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SH
능력자시군요?
HH
아니요 그래서 인터뷰 요청할 때 자신이 없었어요. 사실 지금도 자신이 없어요. 제가 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읽힐 만 한가 싶어서요, 재밌을까 의문도 들고요. 옛날엔 ‘재밌겠다, 인터뷰하고 싶다’ 했을 텐데 사회생활하다 보니 그닥 제 자신이 특별하다 느껴지지 않아요.
SH
예전엔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나요?
HH
옛날에도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은 안 했지만 개성 있게 살고 싶고 남들이 하고 싶지 않은 길을 가서 돋보이고 싶었거든요. 이젠 그렇게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내가 그래도 되나? 내가 너무 주책맞나 싶고 지금 내가 그럴 때인가 싶어서요.
SH
왜 일본에 갔는지?
HH
전 항상 뭔가를 결정할 때는 똥을 싸거든요. 졸업 전시 마치고 자취방에서 똥을 싸고 있다가 갑자기 일본 워킹 홀리데이를 검색했어요. 신청 마감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는 걸 확인하고 급하게 일본을 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고 떠났죠.
SH
갑자기 간 이유는 뭔가요?
HH
다른 나라로 도피하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잘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외국에선 아무것도 아니어도 뭔가 있어 보였어요. 한국에선 제가 멋진 디자인 회사에 취업을 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외국에 가야겠다 마음속으로 중에 가지고 있다가 급하게 신청하고 합격해서 바로 갔죠.
SH
그럼 왜 하필 일본이었어요?
HH
일본을 옛날부터 가고 싶은 건 아니었어요. 만화를 좋아했지만 일본을 잘 모르기도 했고 관심도 없었어요. 우리나라랑 가까워서요. 외국이긴 외국인데 도망칠 때 금방 한국에 올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을 선택했어요. 하나 더 이유가 있다면 제가 남미 코스타리카에 첫 외국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피부병에 심하게 걸려서 그 이후로 다른 나라를 가는 게 두려웠어요. 근데 유일하게 일본만 피부병이 안 생겨서 선택하기도 했고요.
SH
일본에 왔을 때 처음 기억나는 것은 무엇이었어요?
HH
많은 기억이 스쳐가요. 이런 거 말해도 되나... 일본에 처음 가서 일을 했던 게 있는데, 성인잡지 언니들 몸매를 보정하는 일을 했었어요. 그때 기억이 강렬해요. 그리고 일본 쉐어하우스에서 타츠로를 처음 만난 기억도 특별했죠.
SH
타츠로는 누구인가요?
HH
타츠로는 제 일본인 남자친구에요. 처음 봤을 때부터 귀엽고 갖고 싶다고 생각을 했죠. 많은 노력과 기도를 하며 결국 제 손에 넣었어요. 반년 정도 제 일기장의 주인공이었어요.
HH
타츠로: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우리 처음 보는데요.)
타츠로: 처음 뵙겠습니다
그러니까 타츠로 공략법을 했어요. 타츠로가 다니는 킥복싱을 같이 했죠. 일본인 여자애들과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SH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거 같아요. 킥복싱 외에 다른 운동도 즐기시나요?
HH
킥복싱 외에도 주짓수, 암벽 등반 등을 했었어요. 저는 시작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가 처음에 뭘 할 때 잘하는 편이에요. 처음에 시작할 때의 자아도취를 느끼려고 계속 종목을 바꿔요.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들이랑 비슷해지거든요. 시작 중독에 걸렸죠.
SH
3년간의 일본에 있으면서, 여태까지의 삶은 예상대로였나요?
HH
의외로 큰 줄기들은 예상대로 갔어요. 워킹 홀리데이 할 때 놀고, 취업비자로 취업을 하겠다고 생각했죠. 그냥 난 취업을 할 거다 생각을 했죠. 근데 다들 인턴 기간 없이 취업 비자를 주지 못한다고 했는데 좋은 회사를 만나서 바로 믿어주고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힘들긴 했지만 패션 매거진, 디자이너, 일본인 남자친구 사귀고 싶은 것들 모두 큰 줄기들은 계획대로 되었어요. 그래서 이젠 일본이 아니더라도 다른 외국에 가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SH
일본에 와서 소중하게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HH
두 개의 대답이 있어요. 일본에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나이가 들면서 자립을 해서 사는 것을 얻게 된 거 같아요.
막연하게 무언가를 했는데 이젠 무엇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서 돈벌이를 구체적으로 하는 자세요. 저는 알아서 돈 들어오고 알아서 살 줄 알았어요. 그리고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한 지 알게 되었죠.
그리고 일본이기 때문에 얻게 된 소중한 것은 타츠로..?
SH
반대로 잃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HH
친구들과의 시간, 그리고 가족과의 시간이요. 제가 막내다 보니 부모님과의 나이 차이가 커요. 그래서 1년의 존재가 커요. 추억을 쌓는 것도 어렵고, 코로나로 더 못 만나니까 많은 생각이 들죠. 이렇게 가족 간의 시간을
잃어 가면서 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요. 일본에 있다 보니 저랑 잘 맞고 서로 힘이 될 친구와의 시간을 잃어가는 것도요. 솔희씨도 가장 잘 알지 않나요?
SH
맞아요. 동시에 둘 다 가져가는 건 어렵죠. 한국에 돌아가고 싶진 않으세요?
HH
음..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한국에는 가고 싶지만 그냥 가족과 자주, 그리고 친구들의 경조사만 갈 수 있을 정도만요. 아직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아직은 아니에요. 한국에 돌아갈 때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독립하고 싶거든요. 한국에서 부딪치면서 배울 수도 있지만, 회사에서만 배우는 기획력, 일을 얻는 방법, 접근 방식을 여기서 더 배운 후에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요. 만으로 나이를 센다면 아직 5 년이 더 남았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아직 어리잖아요.
SH
그렇죠. 우린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HH
네. 제가 지금은 모험을 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가고 싶은 건 결국 한국인 거죠.
SH
일본에 있으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나요?
HH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사실 전 그대로예요. 만약 한국에서 신입사원으로 있을 때는 힘든 게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았어요. 외국이면 그래도 외국이니까 하면서 버티니까요. 그리고 오히려 외국이라서 자신감이 없어서 못한 것들 많아요. 예를 들어, 제가 옷집에서 알바할 때, 일본어도 서투르기도 하고 말도 못 걸겠고, 회사에서도 의견이 있더라도 입 밖으로 잘 안 내게 돼요. 지금도 자신감은 없어요. 제 머릿속에선 외국에 있으면 자신감 있게 이것저것 하고 싶어요. 근데 현실은 몸을 사리게 되고 무언가를 하는 게 쉽지 않아요.
SH
저는 근데 환희씨가 거침없이 도전하고 진취적이라고 생각해요 타츠로도 그렇고 취업도 그렇고요.
HH
저는 도전하는 거, 그러니까 처음 시작하는 건 쉬워요. 생각을 하면 못해서 그냥 해요. 지금 회사도 그냥 냈어요.
SH
그냥 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HH
일단 우편으로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외국인이지만 뽑아달라 그랬어요. 난 수습기간 할 수 없다. 디자이너로서 자신감 있다 그냥 믿고 나를 뽑아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더 커지고 싶고 나를 쓰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더니 뽑아줬어요. 보통 이렇게 되기가 어렵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심지어 제가 가고 싶었던 회사였거든요.
SH
와. 꿈을 가지고 있었고 꿈을 이루셨네요.
HH
한 걸음 갔죠. 배운 것도 많죠. 그치만 또 저는 저의 길을 가야죠.
SH
무슨 말이죠? 그럼 지금 꿈은 무엇이세요?
HH
퇴사요.
SH
네 그럼 퇴사 이후의 꿈은 무엇이세요?
HH
멋있게 말하자면 제가 회사 만드는 거요. 사실 프리랜서요. 브랜딩도 하고 싶고, 3D 영상이나 애니메이션도 등등 모든 디자인을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30 살 전에 그렇게 되고 싶어요. 어시 10 명정도 있는 작은 스튜디오를 꾸리고 싶어요.
SH
어시 10 명이 있는 작은 스튜디오요?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원래부터 디자이너를 꿈꿨나요?
HH
원래 디자이너 하고 싶진 않았어요. 원래는 근데 어느 원래부터 이야기해야 하나요? 원래는 국과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마약 전담 부서요. 근데 갑자기 책을 쓰고 싶었어요. 마침 판타지 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었거든요. 심리 묘사를 잘하는 책을 쓰자. 인간 안에 있는 있는 것을 꺼내는 책을 만들어서 디자인까지 하고 싶어서 심리학과 디자인을 공부했죠. 근데 쉽지 않았고 책도 안 써졌어요. 그래서 이젠 디자인만 하게 된 거죠.
SH
판타지 소설 공모전 대상이요? 좀 더 자세하게 말해주세요.
HH
공모전 주제는 사이버 연애였어요. 방학이 시작되고 집 가는 길이 상당히 멀었거든요. 그래서 사이버 연애에 관한 판타지 소설을 학교에서 집을 가는 버스에서 8시간 동안 썼죠. 그리고 대상을 받고 스타크래프트 3권과 5만 원을 받았었어요.
SH
환희씨는 제가 보기에 특별해 보이는데 자꾸 평범하다고 자신감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그래피티, 타투 등 재미난 활동을 많이 했잖아요.
HH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죠. 어릴 땐 특별해지고 싶었고 그런 것들을 하는 게 끌렸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당장 하는 게 특별하잖아요. 지금은 나이가 드니까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잖아요. 그땐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학교도
 휴학하고 홍대 클럽 옆에 있는 고시원에서 살면서, 버섯이랑 반찬만 먹으면서 맨날 설사하면서 그래피티 배우고 모션 그래픽 배우고 타투도 넣어보고 사진도 찍고 그랬어요.
SH
어렸을 때 환희씨는 참 멋지네요. 다른 이야기지만 환희씨 타투에 의미가 있나요?
HH
제가 어릴 때 그린 거라 맘에 들지는 않지만, 처음 풋풋한 마음이 담겨 있어서 의미가 있어요. 제가 크리스쳔이거든요. 그래서 하나님한테 영감을 받아서 심장이 뛰는 작품을 만들자라는 의미를 넣고 싶었어요. 스물셋에 그린 건데, 순수한 마음으로 했죠.
SH
자꾸 옛날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젊지 않아요? 늙었나요?
HH
아니요 지금 젊어요. 근데 제가 너무 눈이 높아진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제가 못하는 건지도 몰라서 그냥 했어요. 근데 이젠 무서워요. 제가 원하는 퀄리티가 안 나올까봐. 제 머릿속에 있는 작품들은 높은 퀄리티인데 저는 그런 기술을 가지지 않았다는 걸 아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노력 중이에요. 어쩌면 욕심이 더 많아진 거죠. 실무에서 일하면서 실무자들의 작품도 보게 되면서 제가 그만큼의 실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SH
'완벽하게 못할 바에는 시작조차 안 하겠다' 처럼 들리네요.
HH
네. 취미는 시작할 수 있는데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시작을 못하죠. 그래서 2017 년도 이후로 제 포트폴리오가 멈췄어요.
SH
아이러니하네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니 디자인을 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HH
2년간 저의 민낯을 보는 게 무서워서 작품 내기가 어려웠어요. 2년 동안 그런 시간을 보냈으니까 다시 슬슬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SH
그럼 요즘 하고 있는 게 있나요?
HH
네. 외국에서 저 보다도 개고생을 더 먼 곳에서 했던 친구가 있는데 개그 코드나 성향이 잘 맞아서 이런저런 영감을 나누다가 재밌는 컨셉을 발견했어요. 앞으로의 작품을 위한 세계관을 만들고 있어요. 그 친구랑 열심히 비쥬얼 아트 디렉팅 작업을 하고 있어요.
SH
환희씨 친구도 궁금하네요.
HH
네. 저는 그 친구를 보면 걱정이 없어요. 혼자 홀몸으로 가서 모든 것을 이루고 작년 한국에서 또 열심히 싸우고 결국엔 자기 길을 잘 가고 있는 친구에요. 걱정이 참 많지만 결국엔 그걸 해내거든요. 그리고 재밌게 사는 친구에요. 이름도 그 친구가 제안했는데 "TWO NOIZZY"라고 그룹을 만들어서 활동하려고 해요.
둘 다 시끄럽거든요.
SH
키너 잡지로서 질문 하나 더 할게요. 환희씨는 유독 신경이 쓰이는 것 혹은 특별하게 눈이 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HH
저는 자기 스타일을 확고하게 갖고 있는 사람들이 특별하게 보여요. 거기서 묘하게 힐링을 느껴요. 예를 들어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 인스타 피드가 자연의 여유로움과 색감을 자기 피드에 녹인 사람을 보면 힐링이 되요. 어린 아이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의 인스타 분위기가 장난스럽고 귀여운 인스타 피드를 보면 힐링을 느껴요. 전 그런 개성이나 스타일이 확고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누군가 특별하다고 집중하기보단 제 자신이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아요.
SH
환희씨는 어떻게 하면 스스로 특별해질 것 같아요?
HH
제 공간과 제 스타일을 꾸미고 작품을 만들면 될 것 같아요.
SH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사실 귀찮아서 안 하는 건 아닌가요?
HH
맞아요. 그 귀찮음을 이겨내면 특별할 것 같아요. 시작만 하고 안 하는 스타일이라 촬영하겠다고 영상기구 사놓고 안 하고 있어요. 그걸 사는 순간의 행복감을 느끼는 것 외엔 없네요.
SH
환희씨는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아 보여요. 그럼 다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HH
제가 비슷한 질문을 제 친구한테 했었어요. 저희 프로젝트에도 관련된 컨셉이 있어서요. 그 친구가 다이어트하는 사람의 물에 휘핑크림을 넣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되게 쇼크 받았어요. 근데 또 그 친구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어요. ‘몰라, 할 게 없어’ 라고 제가 그 기분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은 게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이 당장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아요.
SH
멋있네요:)
HH
아니요...











Una Storia Comune
N.3 <Hwanhee Jung>


Photography: Archives from Hwanhee Jun
Interview: Solhee 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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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hee Baek
잘지내셨나요?
Hwanhee Jun

SH
어떻게 지내셨나요?
HH
코로나 때문에 그냥 집에만 있었어요.
SH
그러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HH
안녕하세요 도쿄에 살고 있는 전환희입니다. 지금은 일본에 있는 패션 매거진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그 회사의 4개 브랜드에서 전부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SH
능력자시군요?
HH
아니요 그래서 인터뷰 요청할 때 자신이 없었어요. 사실 지금도 자신이 없어요. 제가 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읽힐 만 한가 싶어서요, 재밌을까 의문도 들고요. 옛날엔 ‘재밌겠다, 인터뷰하고 싶다’ 했을 텐데 사회생활하다 보니 그닥 제 자신이 특별하다 느껴지지 않아요.
SH
예전엔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나요?
HH
옛날에도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은 안 했지만 개성 있게 살고 싶고 남들이 하고 싶지 않은 길을 가서 돋보이고 싶었거든요. 이젠 그렇게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내가 그래도 되나? 내가 너무 주책맞나 싶고 지금 내가 그럴 때인가 싶어서요.
SH
왜 일본에 갔는지?
HH
전 항상 뭔가를 결정할 때는 똥을 싸거든요. 졸업 전시 마치고 자취방에서 똥을 싸고 있다가 갑자기 일본 워킹 홀리데이를 검색했어요. 신청 마감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는 걸 확인하고 급하게 일본을 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고 떠났죠.
SH
갑자기 간 이유는 뭔가요?
HH
다른 나라로 도피하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잘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외국에선 아무것도 아니어도 뭔가 있어 보였어요. 한국에선 제가 멋진 디자인 회사에 취업을 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외국에 가야겠다 마음속으로 중에 가지고 있다가 급하게 신청하고 합격해서 바로 갔죠.
SH
그럼 왜 하필 일본이었어요?
HH
일본을 옛날부터 가고 싶은 건 아니었어요. 만화를 좋아했지만 일본을 잘 모르기도 했고 관심도 없었어요. 우리나라랑 가까워서요. 외국이긴 외국인데 도망칠 때 금방 한국에 올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을 선택했어요. 하나 더 이유가 있다면 제가 남미 코스타리카에 첫 외국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피부병에 심하게 걸려서 그 이후로 다른 나라를 가는 게 두려웠어요. 근데 유일하게 일본만 피부병이 안 생겨서 선택하기도 했고요.
SH
일본에 왔을 때 처음 기억나는 것은 무엇이었어요?
HH
많은 기억이 스쳐가요. 이런 거 말해도 되나... 일본에 처음 가서 일을 했던 게 있는데, 성인잡지 언니들 몸매를 보정하는 일을 했었어요. 그때 기억이 강렬해요. 그리고 일본 쉐어하우스에서 타츠로를 처음 만난 기억도 특별했죠.
SH
타츠로는 누구인가요?
HH
타츠로는 제 일본인 남자친구에요. 처음 봤을 때부터 귀엽고 갖고 싶다고 생각을 했죠. 많은 노력과 기도를 하며 결국 제 손에 넣었어요. 반년 정도 제 일기장의 주인공이었어요.
HH
타츠로: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우리 처음 보는데요.)
타츠로: 처음 뵙겠습니다
그러니까 타츠로 공략법을 했어요. 타츠로가 다니는 킥복싱을 같이 했죠. 일본인 여자애들과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SH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거 같아요. 킥복싱 외에 다른 운동도 즐기시나요?
HH
킥복싱 외에도 주짓수, 암벽 등반 등을 했었어요. 저는 시작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가 처음에 뭘 할 때 잘하는 편이에요. 처음에 시작할 때의 자아도취를 느끼려고 계속 종목을 바꿔요.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들이랑 비슷해지거든요. 시작 중독에 걸렸죠.
SH
3년간의 일본에 있으면서, 여태까지의 삶은 예상대로였나요?
HH
의외로 큰 줄기들은 예상대로 갔어요. 워킹 홀리데이 할 때 놀고, 취업비자로 취업을 하겠다고 생각했죠. 그냥 난 취업을 할 거다 생각을 했죠. 근데 다들 인턴 기간 없이 취업 비자를 주지 못한다고 했는데 좋은 회사를 만나서 바로 믿어주고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힘들긴 했지만 패션 매거진, 디자이너, 일본인 남자친구 사귀고 싶은 것들 모두 큰 줄기들은 계획대로 되었어요. 그래서 이젠 일본이 아니더라도 다른 외국에 가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SH
일본에 와서 소중하게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HH
두 개의 대답이 있어요. 일본에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나이가 들면서 자립을 해서 사는 것을 얻게 된 거 같아요.
막연하게 무언가를 했는데 이젠 무엇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서 돈벌이를 구체적으로 하는 자세요. 저는 알아서 돈 들어오고 알아서 살 줄 알았어요. 그리고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한 지 알게 되었죠.
그리고 일본이기 때문에 얻게 된 소중한 것은 타츠로..?
SH
반대로 잃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HH
친구들과의 시 간, 그리고 가족과의 시간이요. 제가 막내다 보니 부모님과의 나이 차이가 커요. 그래서 1년의 존재가 커요. 추억을 쌓는 것도 어렵고, 코로나로 더 못 만나니까 많은 생각이 들죠. 이렇게 가족 간의 시간을
잃어 가면서 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요. 일본에 있다 보니 저랑 잘 맞고 서로 힘이 될 친구와의 시간을 잃어가는 것도요. 솔희씨도 가장 잘 알지 않나요?
SH
맞아요. 동시에 둘 다 가져가는 건 어렵죠. 한국에 돌아가고 싶진 않으세요?
HH
음..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한국에는 가고 싶지만 그냥 가족과 자주, 그리고 친구들의 경조사만 갈 수 있을 정도만요. 아직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아직은 아니에요. 한국에 돌아갈 때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독립하고 싶거든요. 한국에서 부딪치면서 배울 수도 있지만, 회사에서만 배우는 기획력, 일을 얻는 방법, 접근 방식을 여기서 더 배운 후에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요. 만으로 나이를 센다면 아직 5 년이 더 남았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아직 어리잖아요.
SH
그렇죠. 우린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HH
네. 제가 지금은 모험을 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가고 싶은 건 결국 한국인거죠.
SH
일본에 있으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나요?
HH
한국에선든 일본에서든 사실 전 그대로예요. 만약 한국에서 신입사원으로 있을 때는 힘든 게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았어요. 외국이면 그래도 외국이니까 하면서 버티니까요. 그리고 오히려 외국이라서 자신감이 없어서 못한 것들 많아요. 예를 들어, 제가 옷집에서 알바할 때, 일본어도 서투르기도 하고 말도 못 걸겠고, 회사에서도 의견이 있더라도 입 밖으로 잘 안 내게 돼요. 지금도 자신감은 없어요. 제 머릿속에선 외국에 있으면 자신감 있게 이것저것 하고 싶어요. 근데 현실은 몸을 사리게 되고 무언가를 하는 게 쉽지 않아요.
SH
저는 근데 환희씨가 거침없이 도전하고 진취적이라고 생각해요 타츠로도 그렇고 취업도 그렇고요.
HH
저는 도전하는 거, 그러니까 처음 시작하는 건 쉬워요. 생각을 하면 못해서 그냥 해요. 지금 회사도 그냥 냈어요.
SH
그냥 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HH
일단 우편으로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외국인이지만 뽑아달라 그랬어요. 난 수습기간 할 수 없다. 디자이너로서 자신감 있다 그냥 믿고 나를 뽑아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더 커지고 싶고 나를 쓰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더니 뽑아줬어요. 보통 이렇게 되기가 어렵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심지어 제가 가고 싶었던 회사였거든요.
SH
와. 꿈을 가지고 있었고 꿈을 이루셨네요.
HH
한 걸음 갔죠. 배운 것도 많죠. 그치만 또 저는 저의 길을 가야죠.
SH
무슨 말이죠? 그럼 지금 꿈은 무엇이세요?
HH
퇴사요.
SH
네 그럼 퇴사 이후의 꿈은 무엇이세요?
HH
멋있게 말하자면 제가 회사 만드는 거요. 사실 프리랜서요. 브랜딩도 하고 싶고, 3D 영상이나 애니메이션도 등등 모든 디자인을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30 살 전에 그렇게 되고 싶어요. 어시 10 명정도 있는 작은 스튜디오를 꾸리고 싶어요.
SH 
어시 10 명이 있는 작은 스튜디오요?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원래부터 디자이너을 꿈꿨나요?
HH
원래 디자이너 하고 싶진 않았어요. 원래는 근데 어느 원래부터 이야기해야 하나요? 원래는 국과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마약 전담 부서요. 근데 갑자기 책을 쓰고 싶었어요. 마침 판타지 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었거든요. 심리 묘사를 잘하는 책을 쓰자. 인간 안에 있는 있는 것을 꺼내는 책을 만들어서 디자인까지 하고 싶어서 심리학과 디자인을 공부했죠. 근데 쉽지 않았고 책도 안 써졌어요. 그래서 이젠 디자인만 하게 된 거죠.
SH
판타지 소설 공모전 대상이요? 좀 더 자세하게 말해주세요.
HH
공모전 주제는 사이버 연애였어요. 방학이 시작되고 집 가는 길이 상당히 멀었거든요. 그래서 사이버 연애에 관한 판타지 소설을 학교에서 집을 가는 버스에서 8시간 동안 썼죠. 그리고 대상을 받고 스타크래프트 3권과 5만 원을 받았었어요.
SH
환희씨는 제가 보기에 특별해 보이는데 자꾸 평범하다고 자신감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그래피티, 타투 등 재미난 활동을 많이 했잖아요.
HH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죠. 어릴 땐 특별해지고 싶었고 그런 것들을 하는 게 끌렸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당장 하는 게 특별하잖아요. 지금은 나이가 드니까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잖아요. 그땐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학교도
휴학하고 홍대 클럽 옆에 있는 고시원에서 살면서, 버섯이랑 반찬만 먹으면서 맨날 설사하면서 그래피티 배우고 모션 그래픽 배우고 타투도 넣어보고 사진도 찍고 그랬어요.
SH
어렸을 때 환희씨는 참 멋지네요. 다른 이야기지만 환희씨 타투에 의미가 있나요?
HH
제가 어릴 때 그린 거라 맘에 들지는 않지만, 처음 풋풋한 마음이 담겨 있어서 의미가 있어요. 제가 크리스쳔이거든요. 그래서 하나님한테 영감을 받아서 심장이 뛰는 작품을 만들자라는 의미를 넣고 싶었어요. 스물셋에 그린 건데, 순수한 마음으로 했죠.
SH
자꾸 옛날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젊지 않아요? 늙었나요?
HH
아니요 지금 젊어요. 근데 제가 너무 눈이 높아진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제가 못하는 건지도 몰라서 그냥 했어요. 근데 이젠 무서워요. 제가 원하는 퀄리티가 안 나올까봐. 제 머릿속에 있는 작품들은 높은 퀄리티인데 저는 그런 기술을 가지지 않았다는 걸 아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노력 중이에요. 어쩌면 욕심이 더 많아진 거죠. 실무에서 일하면서 실무자들의 작품도 보게 되면서 제가 그만큼의 실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SH
'완벽하게 못할 바에는 시작조차 안 하겠다' 처럼 들리네요.
HH
네. 취미는 시작할 수 있는데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시작을 못하죠. 그래서 2017 년도 이후로 제 포트폴리오가 멈췄어요.
SH
아이러니하네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니 디자인을 하는게 쉽지않으니까요.
HH
2년간  저의 민낯을 보는 게 무서워서 작품 내기가 어려웠어요. 2년 동안 그런 시간을 보냈으니까 다시 슬슬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SH
그럼 요즘 하고 있는 게 있나요?
HH
네. 외국에서 저 보다도 개고생을 더 먼 곳에서 했던 친구가 있는데 개그 코드나 성향이 잘 맞아서 이런저런 영감을 나누다가 재밌는 컨셉을 발견했어요. 앞으로의 작품을 위한 세계관을 만들고 있어요. 그 친구랑 열심히 비쥬얼 아트 디렉팅 작업을 하고 있어요.
SH
환희씨 친구도 궁금하네요.
HH
네. 저는 그 친구를 보면 걱정이 없어요. 혼자 홀몸으로 가서 모든 것을 이루고 작년 한국에서 또 열심히 싸우고 결국엔 자기 길을 잘 가고 있는 친구에요. 걱정이 참 많지만 결국엔 그걸 해내거든요. 그리고 재밌게 사는 친구에요. 이름도 그 친구가 제안했는데 "TWO NOIZZY"라고 그룹을 만들어서 활동하려고 해요.
둘 다 시끄럽거든요.
SH
키너 잡지로서 질문 하나 더 할게요. 환희씨는 유독 신경이 쓰이는 것 혹은 특별하게 눈이 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HH
저는 자기 스타일을 확고하게 갖고 있는 사람들이 특별하게 보여요. 거기서 묘하게 힐링을 느껴요. 예를 들어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 인스타 피드가 자연의 여유로움과 색감을 자기 피드에 녹인 사람을 보면 힐링이 되요. 어린 아이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의 인스타 분위기가 장난스럽고 귀여운 인스타 피드를 보면 힐링을 느껴요. 전 그런 개성이나 스타일이 확고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누군가 특별하다고 집중하기보단 제 자신이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아요.
SH
환희씨는 어떻게 하면 스스로 특별해질 거같아요?
HH
제 공간과 제 스타일을 꾸미고 작품을 만들면 될 것 같아요.
SH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사실 귀찮아서 안하는건 아닌가요?
HH
맞아요. 그 귀찮음을 이겨내면 특별할 것 같아요. 시작만 하고 안 하는 스타일이라 촬영하겠다고 영상기구 사놓고 안 하고 있어요. 그걸 사는 순간의 행복감을 느끼는 것 외엔 없네요.
SH
환희씨는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아보여요. 그럼 다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HH
제가 비슷한 질문을 제 친구한테 했었어요. 저희 프로젝트에도 관련된 컨셉이 있어서요. 그 친구가 다이어트하는 사람의 물에 휘핑크림을 넣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되게 쇼크 받았어요. 근데 또 그 친구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어요. ‘몰라, 할 게 없어’ 라고 제가 그 기분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은 게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이 당장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아요.
SH
멋있네요:)
HH
아니요...


Una Storia Comune
N.3 <Hwanhee Jun>



Photography: Archives of Hwanhee Jun
Interview: Solhee Ba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