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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hee Baek
자기 소개 편하게 부탁드려요.
Villain Kim
저는 자기 소개가 제일 어렵더라고요. 근데 저는 저를 아티스트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디자이너지만 저는 옷을 뭔가 이쁘게 보이기 위해서 만드는 게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고 내면의 것을 보여주는 거에 집중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것을 주제로 표현을 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좀 아티스트에 되게 가까워요. 저는 몸에 대한 것에 관심이 많아요. 예를 들면 춤도 몸으로 하는 거고 옷도 되게 몸을 감싸는 거 잖아요. 몸이라는 것이 매개체로서, 서로의 개체로 분리되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하나로서 스스로 놀이가 되는 그런 다양한 것들 것 보여줄 수 있어서요. 저는 크게 보면 인간에 대한 생각이 많아요. 특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요.
SH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많은가요 아니면 본인한테 많은가요?
VK
저는 저한테 제일 관심이 많아요. 왜냐하면 제가 저를 스스로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저를 바탕으로 실험을 많이 해요. 모델을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저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에요. 빌런이라는 제 브랜드도 처음에 제 스스로를 모델로 실험 정신이 되게 강했어요. 메이크업이나 포즈를 이렇게 해볼까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시키기보다 나를 가지고 실험해 봤었죠.
SH
빌런 브랜드는 실험으로부터 시작됐네요. 그럼 어떻게 가은씨는 패션을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밀라노에서 시작하게 된 건가요?
VK
(저는 왜 이탈리아로 가게 됐는지 이야기하자면, 그건 생각보다 큰 이유는 없어요. 유럽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 당시 한국에서 입학했던 대학교가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점이 많았어요. 유행인 옷 스타일이나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아름다움은 사회적으로 이미 정해진 언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정해진 언어에서 재생산을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생산하는 것이 발전이라고 생각을 했고 패션 학교라면 의례 그럴 줄 알았어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새로움을 많이 추구 했고   다 직접 옷을 만들어서 입고 다녔어요. 근데 그런 친구들이 없다보니 저만 '다른 사람’이 되어갔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나와 비슷한 철학을 가진 곳을 찾아야겠다.
제 친구가 이탈리아 무슨 장학 프로젝트를 했다고 들었어요. 거기서 디자인도 배워보고 패션쇼도 가고, 무슨 무슨 패션 관련 프로젝트를 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찾아봤고, 그 세미나가 이탈리아 NABA (Nuova Accademia di Belle Arti) 대학교에 대한 설명회였었죠. 계속 찾다 보니 해외에 자연스레 눈을 돌려 세미나를 갔고 가장 많은 질문을 했죠. 그리고 지원을 했고, 합격이 되고 이탈리아에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패션에 대한 생각은 중학교때부터 시작했어요. 그 땐 그냥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해두는 정도였어요. 이런 옷이 있었으면 좋겠다. 옛날 사진을 보다가 ‘이런 옷을 넥 라인을 고쳐 입으면 예쁘겠다. 이런 색깔의 조합이 예쁘겠다’ 같은 것들을 생각했죠. 계속하다가 고등학교때는 여행갈 때, 입을 옷을 만들어 입었어요. 제대로 배우지 않고 마구잡이로 만든 옷이라 엉망이었지만 저는 생각했던 것을 만들어 냈다는 게 뿌듯해서 처음 만든 옷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SH
생각지 못하게 이탈리아에 가게 되었네요?
VK
사실 예상을 못했어요. 저는 꼭 이탈리아를 염두해두고 있지 않았거든요. 막상 가보니 너무 잘 맞았어요. 교육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익숙해지면서 거기서 제가 스스로를 표현하면서 사람들과 예술로써 소통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contemporary performance art 라는 수업에서 춤과 몸으로 감정이나 사물을 표현하는 형태의 예술을 배웠어요. 그 때 생각 나는 수업이 반 친구 한 명을 가운데에 두고 나머지 친구들이 주변에서 스스로 물이 되고 비누가 되어 "샤워부스”를 표현하는 거죠. 소리를 내고 질감을 표현하면서요. 그때 내 안에 있는 감성이나 추상적인 예술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그때 배운 방식으로 뭔가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을 얻게 된 것 같아요. 내 몸 자체로 예술이 되는 느낌을 받았고 자존감을 많이 얻어서 그때 그 교수님을 정말 애정해요. 그 후 런던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그룹프로젝트에서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저희 그룹에게 주어진 주제(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업사이클 컬렉션으로 만드는 것)를 이끌었어요. 조원들이 재활용 센터에서 찾은 옷을 제가 걸치고 소설에 나오는 감정을 춤으로 추며 순간 순간 사진을 찍었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찍힌 원단의 움직임을 모방(trace)해서 컬렉션을 만들었어요.
그 후로 계속 몸을 쓰면서 내 컬렉션을 표현했고 자연스럽게 제가 제 옷을 입고 인스타에 포스팅하기 시작했고 사진 작가 친구들이 연락을 줘서 같이 작업을 많이 했어요. 너무 재밌었고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많이 만들었고 파티에도 많이 가게 되고 다른 패션 브랜드에서 캠페인 사진 촬영 의뢰 도 받게 되고 와이낫 이라는 작은 에이전시에서도 연락이 와서 그 에이전시 소속 된 후로 자주 그들과 어울렸어요. 그렇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소속감을 많이 느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고 잊지 못할 순간들이에요.
이게 정말 물 만났다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그때 전 제가 그전까지 맞는 사람을 못 만났었던 거구나 생각했죠.
SH
커뮤니티를 찾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가은씨는 이탈리아에서 점점 더 활동을 확장하면서 언제부터 이탈리아 가수의 뮤직비디오, 브랜드 앰배서더, 인플루언서 활동을 대외적으로 시작한 건 가요?
VK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청소년 때에는 사춘기나 정체성에 대해 전혀 고민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공부만 했거든요. 그리고 이탈리아에 와서 사람들이 저보고 자꾸 중국인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중국이 아시아인인 건 맞는데 ‘왜 그 정의가 그토록 중요하지’라는 질문이 계속 있었어요. ‘왜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는 사람이 얘기를 할 정도로 왜 그게 중요한 거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그럼 난 누구인가, 나는 중국계 아시아인으로만 보이는 건가? 싶었죠. 전 누군가 김가은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중국계 아시안으로 저를 인종으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인종 상관없이 그냥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아이덴티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너는 왜 나를 이렇게 정의하지? 나는 이런 사람인데’ 라는 저만의 대답을 만든 거죠. 그렇게 사회가 나를 보는 거에 대한 저의 대답, 이탈리아에 오면서 전 제 정체성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사람들이 저를 다른 관점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정체성으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렇게 점점 저를 모델로 한 번, 두 번 받기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함께 모델로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SH
빌런의 브랜드는 가은씨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네요.
VK
네. 빌런이라는 것이 거기에서 나온 것도 같아요. 의례 수동적이어야하고 사회에 맞춰야하는여성상에 반항하는 정체성이요. 인종을 넘어서 멋있는 여성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전 이야기했듯이 저는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이 많아요. 한국도 외모 지상주의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봐요. 근데 아름다움은 사회가 정의하는 것이고 그 정의하는 것에 저는 들어맞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사회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불편하지 않고 성숙하고 선한 느낌을 의미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시기도 많이 하고 질투도 많고 화도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정반대라고 생각했죠. 그치만 화가 나는 감정도 그 나름대로 아름다울 수 있지 않나? 라는 약간의 반기가 생겼어요. 화가 나는 사람도 섹시하고 멋있게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빌런(Villain) 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움을 증명해보고 싶어 시작했어요.
Sungwoo Choi
들어보니 비비안웨스트우드가 생각나네요. 그 디자이너도 자기 자신의 나체를 찍고 몸에 대해서 거침없이 보여준 것처럼.
VK
맞아요. 그런데 오해도 많아서 그저 사탄 숭배나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요. 근데 절대 아니에요 심지어 전 크리스천이에요. 빌런 브랜드는 악하고 반항적인 것을 소비하자는 의미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배트맨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배트퀸 킴 자켓도 배트맨과 조커라는 인물이 한 인물은 사회 지도 계층에 돈이 많고,  한 인물은 어려움이 많았죠. 둘 다 서로를 죽이려 들잖아요 그럼 서로 살인을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거잖아요. 근데 우린 배트맨을 착한 영웅으로 생각해요. 배트맨한테 조명을 비춰줬으니까. 저는 그 두 인물이 서로 닯았다고도 생각했어요….조커는 소외된 인물이지만 배트맨도 큰 아픔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됐다는 게 비슷해요.. 소외된 빌런들의 심리도 재밌는 소재가 되지 않을까.. 헸어요..제가 느낀 사회에서 느낀 아름다운 여성, 아름다움은 사회에서 보는 착해 보이고, 반항적이지 않은 것들이 지배적이다 라는 생각을 해요. 소외되는 감정도 그 자체를 표현하는 것에 가치가 있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더 크게 말하면 힘들고 소외되고 낯선 그 감정도 우린 표현하고 살아가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거죠.
SH
빌런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생각이 되게 명확해요. 그만큼 시행착오도 고민도 많이 했을 것같아요.
VK
그렇죠. 그래도 자연스럽게 빌런이 나왔어요. ‘나는 브랜드를 시작할 거야, 사업을 시작해야지’ 이런 큰 결심이 아니라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걸 당장 말하고 싶다는 언어적인 의도가 강했어요.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시작하는 결단을 하는 순간이 없었어요. 살아가면서 제 안에서 생각하게 되고 알게 된 것들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어요. 이전에 솔희씨가 패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봤잖아요. 저는 패션을 언어라고 생각한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로 저는 단순한 메시지 이상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SH
혹시 그럼 빌런 속 가은씨와 빌런 밖의 가은씨의 차이가 있나요? 빌런과 가은씨는 어떤 관계인가요?
VK
빌런과 저의 관계를 이야기하자면, 준비와 결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빌런은 저의 미래이고, 저는 계속 움직이면서 준비하는 거죠 빌런을 기대하면서요. 저의 다른 자아이며 제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에요. 어떻게 보면 엄마와 딸,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빌런을 제가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거죠.
SH
코로나 이후에 한국에 와서 빌런 브랜드가 한국에 더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는데, 한국에 온 빌런 브랜드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VK
코로나로 이태리에서 한국으로 올 때부터 이미 빌런의 어떤 이미지들은 이태리에 놓고 온 것들이 있어요. 사회를 이루는 문화, 언어 모든 게 다를 거라는 걸 이미 알았으니까요.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 이미 경험했던 것들이 있었으니 더욱 빌런 속 어떤 부분들은 이태리에 놓고 왔죠. 그리고 억지로 한국의 사회에 끼어 맞춰 빌런 브랜드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어요. 지금 현재 할 수 있는 부분을 브랜드에 집중했어요. 최근에 한국의 아티스트들을 만났는데 그들 중 몇몇은 한국에만 있었고, 외국에서 공부를 했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같이 대화하고 어울리면서 저와 닮은 점을 많이 봤어요. 예를 들어 돈도 안 되는데 춤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삶에 대해서 표현하고자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사람처럼 아티스트들과 있으면서 해방감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꼭 나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던 거였구나 싶었어요.
SH
그렇다면 가은씨는 한국과 이태리의 경험으로 변하고 있는 중인가요?
VK
네 변하고 있어요. 이태리 이전의 한국과 이태리, 코로나 이후의 한국에 대해 바뀌고 있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이태리에서 경험한 ‘나만의 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해야만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언더그라운드에서도 빛을 낼 수 있는 사람이고 능력으로 봤던 것 같아요. 그에 반해 한국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대중을 이해하고 대중이 원하는 것을 캐치하고 그걸 해석해서 잘 표현하는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나만의 이야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이야기하는 저만의 것이 대중이 그 가치를 알아주고 도달하게 될 때, 그 가치로 돈을 버는 것이구나 깨닫고 있어요. 저는 예술적인 것, 저만의 것을 하 갈수록 돈을 못 벌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나만의 것을 포기해야지 돈을 벌거라는 편견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젠 “어떻게 하면 빌런 브랜드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그게 제가 이태리와 한국을 경험하면서 브랜드에 적용하게 된 것 같아요.
SH
빌런의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는데 빌런 브랜드 최고의 모습으로 무엇을 떠올려요?
VK
빌런 브랜드가 성공한 모습으론 제가 사장이 된 모습을 떠올려요. 사장만 앉는 폭신하고 독특한 의자에 앉아서 제가 빨간 립스틱에 가죽 자켓을 입고, 큰 어깨, 소매와 장갑이 이어진 드레스에 허브맛 시가렛을 손가락으로 쥐고 있죠. 물론 전 담배를 피진 않지만 멋있어 보이니까 몸에 좋은 허브테라피 시가렛을 필거에요. 그리고 한쪽에 크리스탈 잔에 주황색 럼주와 얼음을 넣고 있는 모습이에요. 가까운 모습으론 영화 크루엘라 혹은 영화 “대부” 이지만 여성 버전과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빌런의 모습이죠.
SH
그럼 가은씨는 이런 최고의 모습을 위해 현재 챌린지는 무엇이에요?
VK
저는 제 길을 가다 보면 저만의 브랜드가 더 건설될 거라고 믿고, 지금까지 2년 동안 해오고 있는데 빌런을 하루 하루, 한 시간 한시간 계속 믿고 갈 수 있게 하는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 제 챌린지에요. 제가 제 자신을 믿고 사랑해 주고 자랑스러워해야 하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이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워요. 저는 제가 자신 있게 표현할 정도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치만 매일의 삶을 그 확신으로 살아가는 게 더 힘들어요. 솔희씨가 이전에 제게 큰 것에는 담대하고 작은 것에 소심한 것 같다는 말에 정말 공감했어요. 저는 매일이 챌린지에요.
SH
듣고 보니 가은씨는 조용히 혼자 치열하게 싸우네요.
VK
네 저는 치열하게 싸운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누구든 각자 치열하게 싸워야 하고, 싸우고 있으니까요. 사람마다 그 시기는 다르겠지만, 본인이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선 누구나 자신을 옥죄는 방해공작, 방해하는 것들(그것이 타인으로 부터든, 자신으로 부터든)과 싸우면서 나아가야만 해요. 그런 의미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것 같아요.
SH
가은씨는 한국에서 매일 치열하게 싸우면서 얻고 있는 것은 무엇이에요?
VK
인내. 인내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이탈리아에 있을 때 노력해서 얻었던 자신감인 만큼 자신감 있는 나의 모습을 즐기곤 했어요. 그치만 어느 순간 약간의 거만한 마음도 생기더라구요 예전의 전 솔직히 굉장히 거만했어요. 그리고 그 거만한 걸 즐겼어요 재밌었거든요. 거만함을 느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나 그 정도는 되잖아’ 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건 되고 안 된다를 떠나서 제 자신만 너무 바라봤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항상 제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고, 무언가를 버텨내는 과정조차도 사랑할 수 있어야 제가 더 크게 되어갈 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항상 불 같고 싫으면 안 했던 저의 이전의 모습과 다르게 나와 달라도 포용할 때, 인내하는 것이 모든 것을 이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SH
그 전의 여유와 다른 여유를 의미하는 거죠?
VK
네. 진짜 여유가 생겼어요. 여유로운 척과 다른 거죠. 더 큰 것이 앞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믿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불안해서 빠르게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멀리 보니 보이는 확신이 생기니 생기는 여유요.
SH
그렇다면 잃은 건 무엇이에요?
VK
잃어버린 것은 청춘. 전 2년간의 청춘을 잃었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서 재미가 많이 없어졌다는 거죠. 이태리에서의 삶과 다른 코로나로 인한 문화,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요.
SH
공감되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남들에겐 보이지 않지만 가은씨에게 유독 잘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요?
VK
저는 남들이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 것들을 아름답게 보는 것이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만 유독 잘 보이는 아름다움을 보는 언어를 가진 것, 그래서 치열하게 혼자 요동치는 제 자신도 잘 보여요.
SW:
폭풍전야 같아요. 폭풍이 치기 전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그 안은 요동치는 폭풍.

Thanks to poc, it’s the best film camera.






Una Storia Comune
N.7 <Villain Kim>


Photography: Solhee Baek
Interview: Villa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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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hee Baek
자기 소개 편하게 부탁드려요.
Villain Kim
저는 자기 소개가 제일 어렵더라고요. 근데 저는 저를 아티스트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디자이너지만 저는 옷을 뭔가 이쁘게 보이기 위해서 만드는 게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고 내면의 것을 보여주는 거에 집중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것을 주제로 표현을 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좀 아티스트에 되게 가까워요. 저는 몸에 대한 것에 관심이 많아요. 예를 들면 춤도 몸으로 하는 거고 옷도 되게 몸을 감싸는 거 잖아요. 몸이라는 것이 매개체로서, 서로의 개체로 분리되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하나로서 스스로 놀이가 되는 그런 다양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어서요. 저는 크게 보면 인간에 대한 생각이 많아요. 특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요.
SH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많은가요 아니면 본인한테 많은가요?
VK
저는 저한테 제일 관심이 많아요. 왜냐하면 제가 저를 스스로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저를 바탕으로 실험을 많이 해요. 모델을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저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에요. 빌런이라는 제 브랜드도 처음에 제 스스로를 모델로 실험 정신이 되게 강했어요. 메이크업이나 포즈를 이렇게 해볼까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시키기보다 나를 가지고 실험해 봤었죠.
SH
빌런 브랜드는 실험으로부터 시작됐네요. 그럼 어떻게 가은씨는 패션을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밀라노에서 시작하게 된 건가요?
VK
(저는 왜 이탈리아로 가게 됐는지 이야기하자면, 그건 생각보다 큰 이유는 없어요. 유럽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 당시 한국에서 입학했던 대학교가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점이 많았어요. 유행인 옷 스타일이나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아름다움은 사회적으로 이미 정해진 언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정해진 언어에서 재생산을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생산하는 것이 발전이라고 생각을 했고 패션 학교라면 의례 그럴 줄 알았어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새로움을 많이 추구 했고 다 직접 옷을 만들어서 입고 다녔어요. 근데 그런 친구들이 없다보니 저만 '다른 사람’이 되어갔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나와 비슷한 철학을 가진 곳을 찾아야겠다.
제 친구가 이탈리아 무슨 장학 프로젝트를 했다고 들었어요. 거기서 디자인도 배워보고 패션쇼도 가고, 무슨 무슨 패션 관련 프로젝트를 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찾아봤고, 그 세미나가 이탈리아 NABA(Nuova Accademia di Belle Arti) 대학교에 대한 설명회였었죠. 계속 찾다 보니 해외에 자연스레 눈을 돌려 세미나를 갔고 가장 많은 질문을 했죠. 그리고 지원을 했고, 합격이 되고 이탈리아에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패션에 대한 생각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어요. 그 땐 그냥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해두는 정도였어요. 이런 옷이 있었으면 좋겠다. 옛날 사진을 보다가 ‘이런 옷을 넥 라인을 고쳐 입으면 예쁘겠다. 이런 색깔의 조합이 예쁘겠다’ 같은 것들을 생각했죠. 계속하다가 고등학교때는 여행갈 때, 입을 옷을 만들어 입었어요. 제대로 배우지 않고 마구잡이로 만든 옷이라 엉망이었지만 저는 생각했던 것을 만들어 냈다는 게 뿌듯해서 처음 만든 옷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SH
생각지 못하게 이탈리아에 가게 되었네요?
VK
사실 예상을 못했어요. 저는 꼭 이탈리아를 염두해두고 있지 않았거든요. 막상 가보니 너무 잘 맞았어요. 교육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익숙해지면서 거기서 제가 스스로를 표현하면서 사람들과 예술로써 소통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contemporary performance art 라는 수업에서 춤과 몸으로 감정이나 사물을 표현하는 형태의 예술을 배웠어요. 그 때 생각 나는 수업이 반 친구 한 명을 가운데에 두고 나머지 친구들이 주변에서 스스로 물이 되고 비누가 되어 "샤워부스”를 표현하는 거죠. 소리를 내고 질감을 표현하면서요. 그때 내 안에 있는 감성이나 추상적인 예술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그때 배운 방식으로 뭔가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을 얻게 된 것 같아요. 내 몸 자체로 예술이 되는 느낌을 받았고 자존감을 많이 얻어서 그때 그 교수님을 정말 애정해요. 그 후 런던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그룹 프로젝트에서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저희 그룹에게 주어진 주제(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업사이클 컬렉션으로 만드는 것)를 이끌었어요. 조원들이 재활용 센터에서 찾은 옷을 제가 걸치고 소설에 나오는 감정을 춤으로 추며 순간 순간 사진을 찍었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찍힌 원단의 움직임을 모방(trace)해서 컬렉션을 만들었어요.
그 후로 계속 몸을 쓰면서 내 컬렉션을 표현했고 자연스럽게 제가 제 옷을 입고 인스타에 포스팅하기 시작했고 사진 작가 친구들이 연락을 줘서 같이 작업을 많이 했어요. 너무 재밌었고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많이 만들었고 파티에도 많이 가게 되고 다른 패션 브랜드에서 캠페인 사진 촬영 의뢰 도 받게 되고 와이낫 이라는 작은 에이전시에서도 연락이 와서 그 에이전시 소속 된 후로 자주 그들과 어울렸어요. 그렇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소속감을 많이 느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고 잊지 못할 순간들이에요.
이게 정말 물 만났다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그때 전 제가 그전까지 맞는 사람을 못 만났었던 거구나 생각했죠.
SH
커뮤니티를 찾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가은씨는 이탈리아에서 점점 더 활동을 확장하면서 언제부터 이탈리아 가수의 뮤직비디오, 브랜드 앰배서더, 인플루언서 활동을 대외적으로 시작한 건 가요?
VK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청소년 때에는 사춘기나 정체성에 대해 전혀 고민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공부만 했거든요. 그리고 이탈리아에 와서 사람들이 저보고 자꾸 중국인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중국이 아시아인인 건 맞는데 ‘왜 그 정의가 그토록 중요하지’라는 질문이 계속 있었어요. ‘왜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모르는 사람이 얘기를 할 정도로 왜 그게 중요한 거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그럼 난 누구인가, 나는 중국계 아시아인으로만 보이는 건가? 싶었죠. 전 누군가 김가은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중국계 아시안으로 저를 인종으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인종 상관 없이 그냥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아이덴티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너는 왜 나를 이렇게 정의하지? 나는 이런 사람인데’ 라는 저만의 대답을 만든 거죠. 그렇게 사회가 나를 보는 거에 대한 저의 대답, 이탈리아에 오면서 전 제 정체성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사람들이 저를 다른 관점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정체성으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렇게 점점 저를 모델로 한 번, 두 번 받기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함께 모델로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SH
빌런의 브랜드는 가은씨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네요.
VK
네. 빌런이라는 것이 거기에서 나온 것도 같아요. 의례 수동적이어야하고 사회에 맞춰야하는 여성상에 반항하는 정체성이요. 인종을 넘어서 멋있는 여성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전 이야기했듯이 저는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이 많아요. 한국도 외모 지상주의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봐요. 근데 아름다움은 사회가 정의하는 것이고 그 정의하는 것에 저는 들어 맞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사회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불편하지 않고 성숙하고 선한 느낌을 의미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시기도 많이 하고 질투도 많고 화도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정반대라고 생각했죠. 그치만 화가 나는 감정도 그 나름대로 아름다울 수 있지 않나? 라는 약간의 반기가 생겼어요. 화가 나는 사람도 섹시하고 멋있게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빌런(Villain) 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움을 증명해보고 싶어 시작했어요.
Sungwoo Choi
들어보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생각나네요. 그 디자이너도 자기 자신의 나체를 찍고 몸에 대해서 거침없이 보여준 것 처럼.
VK
맞아요. 그런데 오해도 많아서 그저 사탄 숭배나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요. 근데 절대 아니에요 심지어 전 크리스천이에요. 빌런 브랜드는 악하고 반항적인 것을 소비하자는 의미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배트맨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배트퀸 킴 자켓도 배트맨과 조커라는 인물이 한 인물은 사회 지도 계층에 돈이 많고,  한 인물은 어려움이 많았죠. 둘 다 서로를 죽이려 들잖아요 그럼 서로 살인을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거잖아요. 근데 우린 배트맨을 착한 영웅으로 생각해요. 배트맨한테 조명을 비춰졌으니까. 저는 그 두 인물이 서로 닯았다고도 생각했어요….조커는 소외된 인물이지만 배트맨도 큰 아픔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됐다는 게 비슷해요.. 소외된 빌런들의 심리도 재밌는 소재가 되지 않을까.. 헸어요..제가 느낀 사회에서 느낀 아름다운 여성, 아름다움은 사회에서 보는 착해 보이고, 반항적이지 않은 것들이 지배적이다 라는 생각을 해요. 소외되는 감정도 그 자체를 표현하는 것에 가치가 있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더 크게 말하면 힘들고 소외되고 낯선 그 감정도 우린 표현하고 살아가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거죠.
SH
빌런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생각이 되게 명확해요. 그만큼 시행착오도 고민도 많이 했을 것같아요.
VK
그렇죠. 그래도 자연스럽게 빌런이 나왔어요. ‘나는 브랜드를 시작할 거야, 사업을 시작해야지’ 이런 큰 결심이 아니라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걸 당장 말하고 싶다는 언어적인 의도가 강했어요.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시작하는 결단을 하는 순간이 없었어요. 살아가면서 제 안에서 생각하게 되고 알게 된 것들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어요. 이전에 솔희씨가 패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봤잖아요. 저는 패션을 언어라고 생각한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로 저는 단순한 메시지 이상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SH
혹시 그럼 빌런 속 가은씨와 빌런 밖의 가은씨의 차이가 있나요? 빌런과 가은씨는 어떤 관계인가요?
VK
빌런과 저의 관계를 이야기하자면, 준비와 결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빌런은 저의 미래이고, 저는 계속 움직이면서 준비하는 거죠 빌런을 기대하면서요. 저의 다른 자아이며 제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에요. 어떻게 보면 엄마와 딸,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빌런을 제가 뒤에서 서포트 해주는 거죠.
SH
코로나 이후에 한국에 와서 빌런 브랜드가 한국에 더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는데, 한국에 온 빌런 브랜드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VK
코로나로 이태리에서 한국으로 올 때부터 이미 빌런의 어떤 이미지들은 이태리에 놓고 온 것들이 있어요. 사회를 이루는 문화, 언어 모든 게 다를 거라는 걸 이미 알았으니까요.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 이미 경험했던 것들이 있었으니 더욱 빌런 속 어떤 부분들은 이태리에 놓고 왔죠. 그리고 억지로 한국의 사회에 끼어 맞춰 빌런 브랜드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어요. 지금 현재 할 수 있는 부분을 브랜드에 집중 했어요. 최근에 한국의 아티스트들을 만났는데 그들 중 몇몇은 한국에만 있었고, 외국에서 공부를 했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같이 대화하고 어울리면서 저와 닮은 점을 많이 봤어요. 예를 들어 돈도 안 되는데 춤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삶에 대해서 표현하고자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사람처럼 아티스트들과 있으면서 해방감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꼭 나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던 거였구나 싶었어요.
SH
그렇다면 가은씨는 한국과 이태리의 경험으로 변하고 있는 중인가요?
VK
네 변하고 있어요. 이태리 이전의 한국과 이태리, 코로나 이후의 한국에 대해 바뀌고 있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이태리에서 경험한 ‘나만의 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야만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언더그라운드에서도 빛을 낼 수 있는 사람이고 능력으로 봤던 것 같아요. 그에 반해 한국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대중을 이해하고 대중이 원하는 것을 캐치하고 그걸 해석해서 잘 표현하는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나만의 이야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이야기하는 저만의 것이 대중이 그 가치를 알아주고 도달하게 될 때, 그 가치로 돈을 버는 것이구나 깨닫고 있어요. 저는 예술적인 것, 저만의 것을 하 갈수록 돈을 못 벌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나만의 것을 포기해야지 돈을 벌거라는 편견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젠 “어떻게 하면 빌런 브랜드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그게 제가 이태리와 한국을 경험하면서 브랜드에 적용하게 된 것 같아요.
SH
빌런의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는데 빌런 브랜드 최고의 모습으로 무엇을 떠올려요?
VK
빌런 브랜드가 성공한 모습으론 제가 사장이 된 모습을 떠올려요. 사장만 앉는 폭신하고 독특한 의자에 앉아서 제가 빨간 립스틱에 가죽 자켓을 입고, 큰 어깨, 소매와 장갑이 이어진 드레스에 허브맛 시가렛을 손가락으로 쥐고 있죠. 물론 전 담배를 피진 않지만 멋있어 보이니까 몸에 좋은 허브테라피 시가렛을 필거에요. 그리고 한쪽에 크리스탈 잔에 주황색 럼주와 얼음을 넣고 있는 모습이에요. 가까운 모습으론 영화 크루엘라 혹은 영화 “대부” 이지만 여성 버전과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빌런의 모습이죠.
SH
그럼 가은씨는 이런 최고의 모습을 위해 현재 챌린지는 무엇이에요?
VK
저는 제 길을 가다 보면 저만의 브랜드가 더 건설될 거라고 믿고, 지금까지 2년 동안 해오고 있는데 빌런을 하루 하루, 한 시간 한시간 계속 믿고 갈 수 있게 하는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 제 챌린지에요. 제가 제 자신을 믿고 사랑해 주고 자랑스러워해야 하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이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워요. 저는 제가 자신 있게 표현할 정도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치만 매일의 삶을 그 확신으로 살아가는 게 더 힘들어요. 솔희씨가 이전에 제게 큰 것에는 담대하고 작은 것에 소심한 것 같다는 말에 정말 공감했어요. 저는 매일이 챌린지에요.
SH
듣고 보니 가은씨는 조용히 혼자 치열하게 싸우네요.
VK
네 저는 치열하게 싸운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누구든 각자 치열하게 싸워야 하고, 싸우고 있으니까요. 사람마다 그 시기는 다르겠지만, 본인이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선 누구나 자신을 옥죄는 방해공작, 방해하는 것들(그것이 타인으로 부터든, 자신으로 부터든)과 싸우면서 나아가야만 해요. 그런 의미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것 같아요.
SH
가은씨는 한국에서 매일 치열하게 싸우면서 얻고 있는 것은 무엇이에요?
VK
인내. 인내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이탈리아에 있을 때 노력해서 얻었던 자신감인 만큼 자신감 있는 나의 모습을 즐기곤 했어요. 그치만 어느 순간 약간의 거만한 마음도 생기더라구요 예전의 전 솔직히 굉장히 거만했어요. 그리고 그 거만한 걸 즐겼어요 재밌었거든요. 거만함을 느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나 그 정도는 되잖아’ 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건 되고 안 된다를 떠나서 제 자신만 너무 바라봤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항상 제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고, 무언가를 버텨내는 과정조차도 사랑할 수 있어야 제가 더 크게 되어갈 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항상 불 같고 싫으면 안 했던 저의 이전의 모습과 다르게 나와 달라도 포용할 때, 인내하는 것이 모든 것을 이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SH
그 전의 여유와 다른 여유를 의미하는 거죠?
VK
네. 진짜 여유가 생겼어요. 여유로운 척과 다른 거죠. 더 큰 것이 앞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믿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불안해서 빠르게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멀리 보니 보이는 확신이 생기니 생기는 여유요.
SH
그렇다면 잃은 건 무엇이에요?
VK
잃어버린 것은 청춘. 전 2년간의 청춘을 잃었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서 재미가 많이 없어졌다는 거죠. 이태리에서의 삶과 다른 코로나로 인한 문화,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요.
SH
공감되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남들에겐 보이지 않지만 가은씨에게 유독 잘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요?
VK
저는 남들이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 것들을 아름답게 보는 것이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만 유독 잘 보이는 아름다움을 보는 언어를 가진 것, 그래서 치열하게 혼자 요동치는 제 자신도 잘 보여요.
SW 
폭풍전야 같아요. 폭풍이 치기 전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그 안은 요동치는 폭풍.

Thanks to poc, it’s the best film camera



Una Storia Comune
N.7 <Villain Kim>



Photography: Solhee Baek
Interview: Villain Kim